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질문의 힘은 한여름의 더위로 풀 죽어 누워있는 강아지 같았다. 질문은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감사장을 배회했다. 질문에 힘이 없으니 답변 또한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졌다.

의원들은 거창의 미래를 읽어내지 못했고, 지나간 거창의 소리를 리뷰하지 못했다. 숨기려는 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현재의 자잘한 것들에만 집중했다. 내일의 선거만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선거를 의식한다면 더 명확하게 따져야 했다. 더 큰소리로 질문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군민들이 잘한다고 손뼉 치고 다음에도 표로 응원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꼼수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낫다.

행정사무감사는 군정을 잘 감시하고 따져서 군민들이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큰소리 치는 자리가 아니다. 군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따지는 자리다.

그나마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연일 특종을 쏟아내고 있다. 사랑의 집 짓기나 제2스포츠파크타운 등 굵직한 내용들을 터뜨리고 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최근 간부 공무원의 음주 행위 사고에 대해 따져 물어 군수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시절의 그 기개는 온데간데없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다. 또 다른 한 의원은 AI 평가 꼴찌를 면해보려고 애쓰는 듯해 보여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 다른 한 의원은 어떤가. 공유냉장고의 개념도 모르고 질문한다. 열린음악회가 왜 창포원에서 열렸느냐고 따진다. 도민체전을 왜 거창에서 단독으로 개최하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참 한심한 질문이다. 의회 주례회의 때 졸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넘어가려 한다. 언제부터인가 군민과 공무원 사이, 공무원과 공무원 사이, 공무원과 언론 사이의 언론이 막혔다.

각 읍면이나, 본청 각 부서와 사업소 등에 첩보원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은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군정을 비판하거나 군수를 비난하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릴라치면 가차 없이 보고되고 미움의 화살은 사정없이 비판하거나 비난한 사람에게로 내리꽂힌다. 이러니 누가 함부로 입을 열겠는가. 이러니 누가 마음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쌍팔년도도 아닌 AI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언론을 감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언론이 살아야 하고, 언로(言路)가 트여야 한다.

누가 만든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누구의 작품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음, 루머가 루머로 끝나는 일은 드물다) 그 사람은 결국 많은 사람의 따가운 눈총이 쌓여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하는 일이 더 이상 거창의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